[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료계가 “한의사 사용 허용은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위험한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초음파는 단순한 기계 조작이 아니라 환자의 해부학·생리학적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의사의 고유한 진찰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초음파학회(이사장 이정용, 회장 신중호)는 지난 28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초음파는 반드시 의사가 직접 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신중호 회장에 따르면 초음파는 단순히 기계를 대는 행위가 아니다. 환자의 반응을 확인하며 실시간으로 상태를 파악하는 과정이라는 것.
신 회장은 “엑스레이, CT, MRI는 방사선사가 찍고 의사가 사후 판독을 하지만, 초음파는 의사가 직접 진찰과 판독을 동시에 수행한다”며 “해부학·생리학·병리학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은 한의사나 간호사가 초음파를 한다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겉보기에 비침습적이고 안전해 보여도 오진이 발생하면 환자의 인생이 무너진다”며 “대법원 판례에서 자궁암 환자 팔로업을 한 사례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된 진단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 환자는 아프지 않다고 해서 안전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초음파, 청진기 같은 필수 진찰 도구...의사 고유 권한=특히 학회는 초음파가 ‘검사’가 아니라 ‘진찰’이라고 정의했다. 청진기처럼 의사가 직접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즉시 판단하는 진찰이라는 것.
이정용 이사장은 “한의사들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자동차를 운전할 차량에 종류에 따라 면허가 다른 것처럼 초음파를 쓰려면 의사면허가 필요하다. 한의사들이 초음파를 하고 싶다면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간호사나 방사선사 등 ‘소노그래퍼’에게 초음파를 맡기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초음파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진찰이라는 이유다.
신중호 회장은 “소노그래퍼에게 맡기는 순간 단순 영상 촬영 기술로 전락한다”며 “이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간 탄성도 초음파 같은 특정 기법을 떼어내 인증제를 만들자는 주장도 초음파를 모르는 발상”이라며 “실제 검사 과정은 버튼 하나로 끝나지 않고,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므로 분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초음파학회는 복지부가 추진하는 노후 장비 감가상각 단축 및 수가 연동 정책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정용 이사장은 “복지부가 기존 감가상각 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줄여 노후 장비를 퇴출시키려 하지만, 결국 값싼 기계만 쓰게 만들어 환자 진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1억 원짜리 장비 대신 500만 원짜리 기계를 들여와 몇 년 쓰고 바꾸는 식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영상 질이 떨어지고, 결국 환자가 피해를 본다”고 경고했다.
신중호 회장도 “의사라면 더 좋은 영상을 보기 위해 자연스럽게 고급 장비를 도입하게 된다. 하지만 진심이 없는 경우 중고 장비나 엔트리급 장비만 쓰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책 설계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